닫기

6000년 선사문화 걸작 ‘반구천 암각화’, 세계유산 됐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2.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712010006951

글자크기

닫기

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7. 12. 18:15

유네스코 세계유산위, 국보 울주 대곡리·천전리 암각화 가치 인정
1.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국가유산청
울산 반구천 유역에 새겨진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마침내 전 세계가 인정하는 문화유산으로 거듭났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회의에서 '반구천의 암각화'를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등재로 한국은 1995년 석굴암·불국사를 시작으로 총 17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특히 반구천 암각화는 2010년 잠정목록에 오른 지 15년 만에 결실을 맺으며, 오랜 기다림 끝에 국제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반구천 암각화는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구성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 유산이 "선사시대부터 약 6000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라고 평가했다.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발견 이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으로 주목받아왔다. 높이 4.5m, 너비 8m의 바위 면에는 312점의 다양한 그림이 새겨져 있으며, 고래만 50마리 이상이 묘사되어 있다. 마치 하늘에서 바다를 내려다본 듯한 독특한 시각으로 어미 고래와 새끼, 작살 맞은 고래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1970년 먼저 발견된 유적으로, 반구대 암각화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청동기 시대의 기하학적 문양부터 신라 법흥왕 시대의 명문까지 620여 점의 다양한 형태가 새겨져 있어, 시대별 문화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타임캡슐 역할을 한다.

1.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국가유산청
세계유산위원회는 특히 반구천 암각화의 예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준다"며 "선사인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반구천 암각화는 단순한 기록이 아닌 고도의 예술적 감각을 보여준다. 바다와 육지 동물을 구분해 배치하고, 사냥 장면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구성력은 현대 미술 작품에 견줄 만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번 등재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반구천 암각화의 오랜 침수 문제다. 1965년 건설된 사연댐으로 인해 반구대 암각화는 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 물속에 잠기게 된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40일 이상 침수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문화재 보존에 심각한 위협이 되어왔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한국 정부에 특별한 권고를 내렸다. "사연댐 공사의 진척 사항을 세계유산센터에 보고하라"며 "반구천세계암각화센터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유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개발 계획을 미리 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재 사연댐 여수로에 수문을 설치해 수위를 낮추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국가유산청과 울산시는 앞으로 공사 진행 상황을 유네스코와 지속적으로 공유하며 해결책을 모색할 예정이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세계유산 등재까지 쉽지 않은 긴 여정이었다"며 "앞으로 반구천의 암각화를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서 가치를 지키고 잘 보존·활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ㅇ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 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반구천의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가 확정되자 한국 대표단이 환호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전혜원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