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망행위로 재물 훔쳤다면…'책략 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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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 "무료로 세차를 해드린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같은 제안에 차를 맡긴 운전자들은 차량을 도난 당했다. 최근까지 확인된 피해 사례만 3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문제의 글 게시자는 자신을 새로 개업한 출장 세차업소 운영자로 소개했고, 업체 홍보를 위해 무료로 스팀 세차를 해주는 행사를 진행 중이라며 피해자들을 속였다. 업체는 차키를 차 안에 꽂아두면 새벽에 세차를 해 출근 전까지 원위치인 주차장에 갖다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자신의 차량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야 절도범들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들 피해 차량은 약 300km 떨어진 경남 함안의 한 폐차장에서 해체된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절도범들을 쫓고 있다.
이들 절도범에게 어떤 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까. "무료로 세차해주겠다"고 속여 차량을 훔쳤으니 사기죄로 오인할 수 있지만 절도죄에 해당한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사기죄는 형법 347조에 따라 다른 사람을 속여서 재물이나 이익을 취득하면 성립한다. 그런데 단순히 상대를 속여 이익을 취득했다고해서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기죄가 성립되려면 기망행위·착오·고의·재산상 이익·처분(재산상 이윤을 부여하는 처분행위)과 같은 5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이번 사례는 차량 소유권을 넘기는 '처분' 행위가 없었기 때문에 사기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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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차량과 관련해 사기 피해를 입는 경우는 차량 소유권을 넘겨준 뒤에 차량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단 차량 소유권을 넘겨줄테니 나중에 차값을 비싸게 쳐주겠다"고 속이고 약속한 차값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사기죄에 해당한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일반인들이 절도죄와 사기죄를 헷갈려하기 쉽다. 가장 큰 차이는 상대에게 소유권을 넘겨주는 의사를 통해 재물을 건넸느냐 여부로 판단할 수 있다"며 "차량을 건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법상 절도죄의 경우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며 "온라인 상에 무료 서비스 혜택을 홍보한다면 업체가 실체가 있는지 등을 살펴 범죄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