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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리:플레이] 축구장 6만개 태운 역대 최대 산불…처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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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연 기자 | 차세영 인턴 기자

승인 : 2025. 03. 31. 15:37

산불 검거 건수 중 징역형 비율 5%에 불과
민사상 손해배상도 피해금액에 비해 미미
법조계 "실화자의 진압 기여 정도 고려해야"
산불에 파괴된 집
30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의 마을에서 이재민들이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김채연 기자·차세영 인턴 기자 = 경남과 경북을 중심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이 213시간 만에 끝이 났다. 지난 21일 경남과 경북을 중심으로 시작한 이 산불은 사상자 75명을 만들고, 축구장 2602개에 달하는 4만8000헥타르(ha)를 태우고서야 진압됐다. 이재민 2158명도 집을 잃었다.

이번 산불은 대부분 성묘객과 작업자의 '실화'에서 시작됐다.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의 경우 50대 성묘객이 묘지를 정리하다 실수로 불을 낸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에서 혐의가 확정될 경우, 산림보호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비록 과실이라 하더라도 산림을 태워 공공을 위험에 빠트린 자는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진다. 하지만 대부분 가해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산림청의 '2024년 산불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산불 279건 중 검거된 가해자는 93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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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청의 곽준호 변호사(왼)·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
산불은 한순간에 수많은 사람의 삶의 터전을 앗아가는 만큼 더욱 강력한 처벌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피해 규모와 상관없이 실수로 인해 발생한 화재라면 실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대표 변호사는 "실화인 경우 피해 규모가 아무리 심각하더라도 실형은 거의 없다"며 "피해가 큰 이번 산불도 벌금형이 선고되거나 중한 처벌이 내려진다고 하더라도 집행유예로 끝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산림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이달까지 검거한 방화·실화 건수는 817건이지만 이 중 징역형을 받은 경우는 43건인, 5%에 불과하다. 2022년 강원도 집 앞 공터에서 쓰레기를 태운 뒤 큰불로 번지게 한 A씨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형을 받았다. 2023년 경남 하동에서 버섯재배용 나무 근처에 불씨가 남은 재를 뿌려 133㏊에 달하는 산림·토지와 건물 5동을 태운 B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묻더라도 피해 금액 전부 보상받기도 어렵다. 곽 변호사는 "피해 규모와의 관계성 입증이 되지 않으면 온전한 책임을 물기 어려울 것"이라며 "산불로 인한 피해액 인정은 사실상 쉽지 않다"라고 부연했다.

다만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진압에 대한 발화자의 대응 정도를 양형 기준으로 고려하는 것이 화재 예방에 더 효과적일 것이란 의견이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처벌을 강화하는 게 예방 효과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 지 알 수 없다"며 "법 역시 처벌이 아닌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목적이 강한 만큼 처벌 강화에 따르는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처벌을 강화하면 사람들이 오히려 처벌 받을 것이 두려워 산불 신고를 주저하거나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수가 있다"며 "양형 시 발화자가 화재 진압에 얼마나 적극적으로나 섰는지를 참고하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채연 기자
차세영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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