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상 손해배상도 피해금액에 비해 미미
법조계 "실화자의 진압 기여 정도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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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불은 대부분 성묘객과 작업자의 '실화'에서 시작됐다.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의 경우 50대 성묘객이 묘지를 정리하다 실수로 불을 낸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에서 혐의가 확정될 경우, 산림보호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비록 과실이라 하더라도 산림을 태워 공공을 위험에 빠트린 자는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진다. 하지만 대부분 가해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산림청의 '2024년 산불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산불 279건 중 검거된 가해자는 93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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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청 곽준호 대표 변호사는 "실화인 경우 피해 규모가 아무리 심각하더라도 실형은 거의 없다"며 "피해가 큰 이번 산불도 벌금형이 선고되거나 중한 처벌이 내려진다고 하더라도 집행유예로 끝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산림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이달까지 검거한 방화·실화 건수는 817건이지만 이 중 징역형을 받은 경우는 43건인, 5%에 불과하다. 2022년 강원도 집 앞 공터에서 쓰레기를 태운 뒤 큰불로 번지게 한 A씨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형을 받았다. 2023년 경남 하동에서 버섯재배용 나무 근처에 불씨가 남은 재를 뿌려 133㏊에 달하는 산림·토지와 건물 5동을 태운 B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묻더라도 피해 금액 전부 보상받기도 어렵다. 곽 변호사는 "피해 규모와의 관계성 입증이 되지 않으면 온전한 책임을 물기 어려울 것"이라며 "산불로 인한 피해액 인정은 사실상 쉽지 않다"라고 부연했다.
다만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진압에 대한 발화자의 대응 정도를 양형 기준으로 고려하는 것이 화재 예방에 더 효과적일 것이란 의견이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처벌을 강화하는 게 예방 효과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 지 알 수 없다"며 "법 역시 처벌이 아닌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목적이 강한 만큼 처벌 강화에 따르는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처벌을 강화하면 사람들이 오히려 처벌 받을 것이 두려워 산불 신고를 주저하거나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수가 있다"며 "양형 시 발화자가 화재 진압에 얼마나 적극적으로나 섰는지를 참고하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